발은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가장 아래 부분의 구조물로써, 걸을 때나 뛸 때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이다. 하지만, 중요한 만큼의 대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다리와 발을 예쁘게 보이려는 욕심에, 심하게 좁은 신발로 발을 옥죄고, 뒤꿈치 부분을 무지막지하게 높여서 발 앞부분에 모든 체중을 감당케 한다. 발 입장에서는 하루 하루를 죽을 만큼 힘들게 지내고 있다. 주인님이 해도 해도 너무 배려를 안 하는 것이다. 우리의 발은 이렇게 혹사를 당하고 있다.
신체 건강을 위해서는 일정량의 걷기 운동을 해야 하지만, 발을 잘못 관리하거나, 신발을 잘못 신으면, 발뿐만 아니라 무릎과 허리도 아파서 걷기를 포기하게 된다. 인간의 원초적(?) 습관인 보행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인간의 몸은 정상적인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사 증후군과 같은 건강 이상이 나타나고, 골다공증 ,근 약화, 관절 변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 좋은 신발
걷기 운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발과 다리에 통증이 있으면 걷지 못하므로, 통증 없이 잘 걸을 수 있기 위해서는 좋은 신발이 필요하다. 개인의 발 형태에 따라 신발도 달라져야 한다. 넓은 발볼을 가진 사람이 신발 볼이 좁은 것을 신어서는 안되고 볼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걷기를 목적으로 한 신발(일명, 워킹화)이 가져야 할 구조적 특성은 그림 11에서 보듯이, 단단한 뒤축(전문용어로 월형), 신발 뒤굽의 적절한 쿠션과 강화된 뒤굽 외측, 신발 장축의 뒤틀림이 없을 것, 운동화 바닥 모양(일명 라스트)이 일자형, 잘 구부러지는 앞 볼, 발 볼 부위에 충분한 공간, 신발 위 부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끈이나 벨크로로 여미게 된 것 등이 필수 요소이다.
그리고, 발의 뼈 구조와 인대가 과도하게 유연하여 평발이 된 발을 위해서는, 캔버스화나 젤 소재의 부드러운 신발을 신으면 안되고 위에 말한 특성이 잘 갖춰진 신발을 꼭 선택해야 하고, 이 신발에 아치가 잘 받쳐지도록 제작한 특수 깔창을 넣어서 사용하여야 한다. 캔버스화는 신발 뒤축이 너무 부드러워서 발뒤꿈치를 지지해 주지 못하고, 젤 소재 신발은 신발 바닥 장축이 많이 뒤틀려서 발바닥을 견고하게 지지하지 못하므로, 평발인 환자에게는 이런 종류의 신발이 좋지 않다.
요족(발의 아치가 심하게 높은 발)은 신발 바닥의 중간창(중창) 재질이 좀 더 부드러워야 하고 신발 뒤굽 외측 부분은 좀 더 견고한 재질로 만들어서, 외측으로 발이 밀리지 않도록 설계된 신발을 신어야 한다(그림 12).
수년 전부터 유행되고 있는 ‘흔들의자바닥 모양 신발(rocker bottom shoe)’ 은 발목 관절염, 발가락 관절염 환자에서만 필요한 것이지, 보통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그림 13). 관절염 때문에 발목이 굳어지고 통증이 있거나, 발가락 시작 부위(발볼 부위)가 구부러지지 않아서 정상 보행이 안 되는 환자에게 이 신발이 필요하다. 관절염은 아니나 발 통증이 환자는 위에서 언급한 구조적으로 잘 갖춰어진 워킹화가 필요하나 흔들의자 바닥 모양 신발은 적절치 않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흔들의자바닥 모양 신발들은 바닥에 부드러운 소재로 두툼하게 붙여 놓았는데, 완충효과는 탁월하나 발의 내외측 흔들림, 앞뒤 흔들림은 더 증가되어 발이 더욱 불안정하게 된다. 특히, 평발이 있는 사람에게는 발의 불안정성이 더 큰 독이 되므로 이 신발을 피해야 한다.
걸어야 하는 시간이나 지면의 상황에 따라 신발의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 정상 발을 기준으로 하여 1시간 정도 걸을 때는 일반 운동화도 괜찮다. 하지만 장시간 걸어야 할 때는 위의 기준이 충족되는 좋은 워킹화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등산과 같이 울퉁불퉁한 지면을 장시간 걸어야 할 경우는 좋은 워킹화 기준을 만족할 뿐만 아니라 신발 바닥이 넓어서 지면 안정성이 크고 미끄러 지지 않도록 바닥 접지력이 크면서 발목을 감싸주도록 만들어진 신발을 골라야 한다. 시중에 나오는 등산화는 대부분 이런 요구 조건을 만족한 것이 많으므로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림 11. 좋은 워킹화의 특성
그림 12. 요족(아치가 높은 발)에 좋은 신발. 뒤굽 외측이 고밀도 소재로 보강되어 있다.
그림 13. 흔들의자 바닥 모양 신발. 일반인이나 단순한 발통증 환자에게는 불필요하나, 발목 관절염과 중족골 관절염에는 도움이 된다.
나) 좋은 깔창
보통 신발의 깔창은 3mm 정도 두께의 쿠션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다. 발의 문제가 없는 경우는 신발안에 들어 있는 기존 깔창을 신고 다녀도 괜찮다. 하지만 발에 통증이나 변형이 있는 사람은 특수 깔창을 사용하는 게 좋다. 가벼운 평발 때문에 통증 있는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좋은 운동화를 선택한 후 발의 아치를 받쳐주는 기성품 특수 깔창 (일명, 아치 서포트)을 넣어서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심한 평발의 경우에는 기성품 특수 깔창으로 해결이 안되고, 특수 깔창(발보조기)을 맞추어 제작하여야 한다. 맞춤식이란, 석고 붕대를 이용하여 환자 발 모양을 그대로 본을 뜬 다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 발 본의 모양을 수정하고, 여러 가지 소재를 붙여서 만든 것을 일컫는 것이고, 발의 변형을 방지하고, 발의 압력 분포를 고르게 하는 것이 이 오소틱의 목적이다. 이런 맞춤식 발보조기를 착용함으로써 평발 교정이 가능하고 발의 통증이 없어지고, 발이나 발가락의 기형을 잘 수용하여 추가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사회에서는 이런 발보조기를 의료 보험 혜택으로 널리 쓰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아직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요족이 심한 경우에도 발바닥 외측에 쐐기 모양의 웨지를 삽입하여 만든 특수 깔창을 착용해야 발이 외측으로 넘어가지 않고, 발목을 삐지 않는다.
무지 외반증 같은 발가락의 기형이 있을 때는 발 볼이 충분히 넓은 신발을 찾아 신어야 하고 (예, 같은 사이즈의 남자 운동화), 여기에 발바닥면을 골고루 받쳐 주는 발보조기를 신발 안에 넣어서 신어야 한다.
환자의 발 상태에 맞게 특수 깔창(발보조기)이 필요하므로, 재활의학과 족부 클리닉을 방문하여 옳게 제대로 된 특수 깔창(발보조기)을 처방 받아 사용하여야 한다(그림 14).
그림 14. 환자 발 상태에 맞게 제작된 맞춤형 특수 깔창 (발보조기)